DONE_IS_BETTER_THAN_PERFECT.

들어가며

죽은 자의 집 청소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온 건 한때 입주청소 알바를 했던 경험으로 인해 청소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하였고 죽은 자의 집이라는 생소한 분야라서 책을 펼쳐 보았습니다. 몇 장을 넘겨보며 상당한 글 실력을 가진 저자임을 느껴 완독하게 되었습니다.

 

상당히 주관적인 서평

 오랜만에 마음에 쏙 드는 책을 읽어 만족스러운 독서였습니다. 생경한 단어를 읽으며 뜻을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글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흐름은 충분히 독자를 매료시킵니다. 특별한 경험을 하는 직업군 특수 청소 일을 하는 저자의 일상을 나지막하게 이야기합니다.

 소위 말하는 고독사 현장을 정리하는 청소일입니다. 일본에서는 고독사를 고립사라고 표현한다고 합니다. 홀로 외로이 사망하는 경우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자 용어를 바꿨다고 합니다. 고독사는 개인이 짊어지는 삶의 말로인 것으로 치부되는 것으로 인식하는 반면, 고립사는 개인의 책임보다 사회가 고립시켜 사망에 이르게 한 부채의식을 인식시키고자 용어를 변경했다고 하는데 괜찮은 의도를 가진 정책이라고 판단됩니다.

 대게 고독사의 주체가 부자인 경우는 찾아보기 드물다고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없는 최후는 비참하기 그지없습니다. 왜 가난한 사람만 고독사의 주인공인 것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부자는 죽어도 남은 돈이 있기에 그의 장례가 외롭지 않습니다. 돈이 없으면 죽음도 외로워 지는 현실이 가슴을 아립니다.

때론 고독사의 주체는 인간관계가 거의 끊어져 유족을 찾는 것조차 힘든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유족을 찾더라도 장례를 치르는 것마저 거부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사실을 겪으며 짐이 되어버린 인간이 느끼는 감정을 애써 이해해보려는 저자의 노력이 가상합니다.

 저자가 청소했던 그 집을 둘러보며 수전 차단 계고장 발송 날짜와 비슷한 시기쯤 최후의 선택을 한 사람을 떠올려 봅니다. 전기세, 수도세 낼 돈이 없는 인간에게 수전 차단 통보 알림장은 마치 사형선고장을 받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저자의 표현에 마음이 가닿습니다.

 산자가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며 그의 삶을 헤아립니다. 죽음의 말로가 깔끔하지 못한 쓰레기 더미에서 삶은 영위한 자, 죽음 그 순간까지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수거까지 말끔하게 정리하고 세상을 등진 자, 삶의 끝에 필요한 돈을 걱정하며 미리 청소 비용을 알아본 자, 고독의 한가운데에서 흔적을 말끔히 지워야 하는 저자의 업은 어쩜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느낄 수 있는 독특함을 특유의 냄새로 표현합니다.

 죽은 자는 육신이 썩어 악취를 풍기지만 썩은 냄새를 넘어 오물 냄새가 섞인 특유의 향이 저자의 머릿속에 각인이 되어 언제나 그를 괴롭힙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순간에도 느껴지는 그 냄새를 맡으며 죽은 고양이가 떠오르기도 하고, 코를 막고 살 순 없기에 불현듯 느껴지는 그 냄새는 곧 죽음을 뜻하는 것을 저자는 바로 눈치챌 수 있으니까요.

 현장을 보지 않고도 글로써 전달되는 현장감이 살아 있습니다. 현장을 방문하게 된 사유와 유품을 정리하며 죽은 자의 인생을 유추해보기도 하고 역겨운 냄새에도 불구하고 생계를 위해선 그만 둘 수 없는 자신을 되돌아보며 어두운 죽음에서 밝은 인생을 떠올릴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주는 저자에게 고마웠습니다.

 범죄현장에서 범인을 유추하는 프로파일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시각으로 죽음에 대한 일상의 이야기는 흥미로웠고 다양한 표현으로 생경했지만 다채롭게 이해할 수 있어 너무 좋았습니다.

나가며

 오래간만에 즐겁고 뿌듯한 독서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저자가 시인이라서 그런지 감정을 표현하는 글이 다채롭고 풍부해서 저자가 느꼈을 심정을 글로써 온전히 전달받지 못했겠지만, 업으로써 그가 느낀 현실과 상황에 대한 묘사는 직접 청소를 해보지 않았지만 그 심정 만은 와 닿았습니다.

 

"특수 청소일이 힘들지 않으세요?" 질문에

 

오랫 동안 고민 끝에 말한 저자의 답변은

 

"특수 청소일이 힘들지 않다고 말하기 힘들다."

 

저자의 감정을 가능한 적확하게 표현하려는 노력이 느껴지는 답변이었습니다.

힘들긴 하지만 보람이 있기도 하고 그렇다고 힘들다고만 말하긴 부족하다는 것이 저자의 업이라고 합니다. 원래 고진감래라고 힘든 일이 일어나면 달콤한 인생이 이뤄기지고 하니까요. 다 싸잡아서 힘들다라는 말 한마디로 자신의 업을 표현하기엔 무언가 아쉬웠나 봅니다.

 

오래 간만에 추천 하고 싶은 책을 읽게 되어 기분 좋게 독서 할 수 있었습니다.

 

양서를 써주진 저자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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